[발제]사회복지와 사회운동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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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아(2018), 사회운동과 사회복지실천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 – 미국 가정폭력반대운동의 흐름을 중심으로

발제자: ⚡찌리리볼

 

Ⅰ. 서론

‘미투’운동과 같이, ‘여성혐오’와 그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여, 지난 30여 년 간 시민운동과 피해 당사자들은 여성폭력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고, 피해자 및 생존 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통해 각종 지원과 복지서비스 제공의 실질적 제도화 라는 성과를 이룩하였다.

여성폭력에 대한 도전의 역사에는 한편으로는 ①폭력범죄를 용인하는 사회인식의 변화와 정책마련을 꾀하는 사회운동과 다른 한편으로는 ②피해자들 대한 개인적인 지원을 골자로 하 는 복지서비스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형태의 접근 방식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논의와 고민이 있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반대운동 진영에서, 1990년대 들어 정부 지원과 민간기금 등을 바탕으로 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적극적인 실천영역으로서 수용하면서, 일각에서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정 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였다.

당시 여성운동단체들은 민주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단체운영에 있어 중앙/지방정부로부터 재정보조를 받는 새로운 전환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그러나 재정보조는 곧 정부의 규제를 받 아들여야 함을 의미하기도 했다.(시설설치 기준, 활동가들의 사회복지사 자격제도)

다른 한편으로 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서비스 제공과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등 의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이슈의 특수성으로 인해 보다 나은 피해자 지원과 폭력의 근절을 위 정부와의 협력과 외부로부터의 재정지원에 대한 필요성 역시 대두되었다.(가정폭력관련법)

가정폭력반대운동은 한국과 다른 나라를 막론하고, 그간 대중적 여성운동의 중요한 이슈 로서 사회변화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동시에 시행해오면서 사회복지와 많은 교 차점을 가지고 있고, 가정이나 친밀한 성적 관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특성상 피해의 성 격과 개입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여성운동의 주제들과 변별되는 지점을 가지고 있다.

이 논문은 미국의 가정폭력반대운동이 복지서비스 제공을 하나의 핵심실천모델로 삼는 사 회복지계와 역사적으로 어떻게 관계맺음을 해왔는지 살펴보고, 또한 거시체계와 미시체계에서 의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실천방식 사이에서 논쟁을 거듭해온 미국 사회복지계의 자체적인 역 사가 그 관계에 어떠한 맥락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사회인식 변화와 정책마련을 통해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움직임과 사회복지실천의 관계설정에 대한 논의 에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론 및 용어

본 연구는 2차 자료를 주된 자료로 삼아, 1차 자료를 보충자료로 이용한 문헌연구이다.

자료에 대한 해석은 1차 자료를 인용하고 2차 연구 자료의 해석을 소개하면서 그에 덧붙어 저자의 분석을 본문에서 함께 서술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 1차 자료: 미국의 사회복지 설립초기(19세기 말과 20세기 초)와 구타당한 아내들의 운동이 본격화된 시기(1970-80년대)에 사회복지사들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가정 폭력에 대한 사회복 지적 접근을 알려주는 사회복지사들의 저작들
  • 2차 자료: 1960년대 미국 사회복지와 가정폭력반대운동 및 실천과 관련된 역사연구들과 실증연구물들

가정폭력: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Intimate partners)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제한된 의미, 결혼한 법적 부부와 동거하는 연인 관계, 그리고 단순 데이트 관계에서 일어나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지칭

활동가: 순수 여성운동가들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법조인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포함

 

 

Ⅲ. 가정폭력에 대한 미국 사회복지계의 초기 접근: 1900-1960년대

사회복지 설립 이전: 초기 여성운동의 가정폭력에 대한 문제제기

미국에서 아내구타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최초의 사회적 움직임은 사회복지라는 직업군이 탄생되기 이전부터 시작된 초기 여성운동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 운동의 주된 표적은 가정폭력 자체가 아니라 남성들의 음주문화로 인한 개인적, 사회 적 ‘타락’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주류를 제조하고 음주를 조장하는 상업시설의 폐쇄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최초의 조직적인 지원 움직임: 1885년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단체인 The Protective Agency for Women and Children(PAWC)이 처음으로 시카고 시에 설립

단체는 피해자를 찾아내어 그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여성과 아동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지 원을 제공하고 다른 여성단체들이 운영하는 쉼터에 피해자들을 연계하기도 하였다.

초기에는 가정파괴를 초래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의식하여 이혼과 같은 논쟁적인 이슈에 집 중하지 않았으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면서 폭력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들에게 이혼이라는 절차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주범이라는 낙인을 불러왔고, 다른 여성활동가들이 단체의 활동 에 함께하지 못하는 장벽으로 작용하여, 가정폭력이라는 이슈가 전사회적인 운동으로 발전하 는 데에는 결국 성공하지 못하였다.

 

가정폭력 이슈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운동의 결여 속에서 이후 사회복지라는 직업이 본격적 으로 미국에 생긴 이후,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초기 접근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 아동보호기관들과 가정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한 개별사회사업(social casework) 방법에 서의 접근
  •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화된 정신분석사회복지실천의 관점과 접근 방법

사회복지사들이 아내구타의 문제를 처음 발견한 것은 19세기 후반 학대당한 아동들에 대한 지원과정을 통해서였다.

당시 아동보호기관에서 일하던 복지사들은 부부관계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였는데,

이는 ①미국사회의 양부모가족을 이상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내면하고 있었던 결과물이며,

②가정폭력 가해자들인 남성들을 ‘교화’할 수 있는 사회복지 실천방법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 문이라고 진단한다.

③더욱 근본적으로는 당시 사회복지사들이 아내구타를 가정 내 불화 이상 의 문제로 취급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

1910년 미국에서 가정법원이 설립된 이후, 법원에 고용된 사회복지사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를 함께 면담하였다.

상담과정에서 부부의 가족사, 경제상황과 아동양육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얼마나 ‘아 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는지를 확인하기도 하였다.

이는 가정폭력을 여성들의 완벽하지 못한 가사노동이나 남편들에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어 필하지 못한 잘못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젠더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있었다.

이러한 젠더이데올로기가 미국의 초기 근대 사회복지이론의 발전과 전문직화되는 과정에서 개별사회사업이라는 개입방식에 반영되었다,

실천방법론의 창시자인 Mary Richmond는 『 사회진단Social Diagnosis 』 에서 “가정살림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보면 그 집 주부가 어떤 여성인지 알 수가 있다”면서 가정문제에 대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여성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복지계의 시선은 1920년대부터 본격화된 정신분석이론에 기초한 사 회복지실천이 주류방법론의 하나로 대두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피해자들을 대변해줄 조직적인 여성운동이 부재하였던 192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가정 폭력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분석과 대응은 기존사회의 이러한 젠더 이데올로기를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정신보건사회복지(Psychiatric Social Work)와 피해자 유발론

1920년대, ‘가정불화’라는 문제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정신분석학에 기반을 둔 사회복지실 천 이론과 방법론은 사회복지사들에게 큰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깊이 영향을 받은 이들은 “치료”, “환자” 등의 의학적 표현을 사용하여 가정폭력의 문제와 관련해 여성의 정신세계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였다.

정신분석이론에서 “부부불화”에 대한 과학적 접근방법을 찾으려 했으나, 젠더 이데올로기를 간과강화한 채로 다음세대 정신보건사회복지사들에게 영향을 미쳐, 피해자의 정신세계에 대 한 집중으로 인해 쉼터, 의료 및 법률 지원 등 실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 을 간과하게 하였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가정불화”와 아내구타의 문제가 오직 여성의 정신병적 증상의 하나로 취급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들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을 피학대 도착증 환자들로 바라보는 프로이트 이론가들의 관점을 받아들였다.

정신분석 사회복지 실천을 개입방법의 하나로 교육을 받은 사회복지사들은 왜 남성들이 여 성들을 학대하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여성들은 왜 이토록 폭력적인 관계로부터 벗어나지 않고 남아있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Ⅳ. 가정폭력반대운동과 사회복지의 긴장관계: 1970년대-1990년대 초반

가정폭력반대운동의 기존 사회복지 실천에 반영된 젠더이데올로기 비판

미국 사회복지의 역사 자료들을 보면 클라이언트들이 복지서비스의 수동적인 수용자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필요한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서비스 제공자들을 추동하기도 하였 고, 서비스 제공자들이 특정한 사회적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자신들에게 적용하는 것에 강력하 게 대항하기도 하였다.

1970년대에 대대적인 사회운동으로 새롭게 등장한 가정폭력반대운동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기존의 서비스 접근방식에 대해 비판한 페미니스트 활동가들과 연대하여 스스로를 대변하고자 했던 피해여성들의 적극적인 시도였다.

당시 여성운동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Personal is political)’라는 인식하에 여 성 개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이 실제로는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원인이 있다는 점을 분 명히 하였다.

이를 통해 가정 내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던 폭력 역시 개인적인 부부불화의 문제가 아니 라, 가부장적인 권력관계로 비롯된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페미니즘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쉼터 및 법률지원 활동 등 기존 복지서비 스와는 구분되는 실천방법과 프로그램들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반응은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1960년대 초반 여성 운동인 “제2의 물결”이 시작되었지만, 1973년 전미사회복지협회의 뉴스레터에 페미니즘과 여 성운동이 공식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1974년 “Women’s Task Force Gears for Action” 이라는 내부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창설하였다.

사회복지계의 대응이 다소 뒤늦었던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일부 정신보건사회복지사들과 가 족복지사들의 여성운동의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회복지사들은 개인적으로 여성운동에 참여하면서 페미니스트 사 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하였고 이들의 활동과 이론화 작업은 이후 페미니스트 사회복지실천론의 본격적 설립과 발전의 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일부는 아내구타 이슈에 집중하면서 사회복지계가 여성피해자들에 대한 병리적 진단으로 가 정폭력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을 문제시하였다.

또 다른 페미니스트 사회복지사들은 “몇몇 복지서비스 제공자들은 종종 가정폭력피해자들을 위한 적절한 정보제공 능력을 결여하고 있으며, 복지서비스 기관들은 종종 지원금에 대한 경 쟁으로 인해 피해여성들을 적절한 서비스 기관으로 연계하거나 다른 기관들과 협력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마저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여성운동 활동가과 페미니스트 사회복지사들은 피해자 유발론에 기반이 된 사회복지접근방 법을 비판하면서 그와는 구분되는 새로운 서비스와 프로그램들을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여성 그룹을 조직하여 가정폭력이 단순히 개개인에 국한된 피해가 아니라, 성별권력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비롯된 하나의 사회적 이슈임을 여성들 스스로 발견함으로써 근본적인 치유와 피해자들의 세력화를 꾀할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또한 가정폭력반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단체를 창설함에 있어 행정위주의 위계적인 조직 화를 거부하고 전문가와 비전문가, 활동가와 피해당사자 여성 사이의 권력관계를 타파하여 조 직의 공동운영이라는 민주적 원리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제도화와 전문직화(Professionalization)를 둘러싼 가정폭력반대운동 내부의 논쟁

가정폭력반대운동은 피해여성지원에 대한 폭발적 수요의 증가와 비위계적인 원리를 근거로 한 대안적인 단체운영에 힘입어 크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성공은 단체들 스스로 거리를 두고자 했던 제도화의 길로 다시 이끌었다.

페미니스트 사회복지사들과 활동가들은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기관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피해여성들에 대한 다각적 지원의 필요성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다 른 기관들과의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여성단체들은 지역사회의 사회서비스 기관들을 상대로 가정폭력에 대한 페미니스트 시각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개입방식의 채택을 유도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복지서비스 기관들은 여성주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차용하기보다는 가정폭력 피해사례를 여성단체들에게 단순히 연계시키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는 결국 활동가들의 소진과 단체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지원금의 부족을 초래하였고, 외 부의 지원금을 받는 대가로 활동가들은 비위계적인 조직 운영을 포기하고, 단체장의 권위와 통제를 인정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겨났다.

활동가들이 단체를 떠나는 일이 발생하였고, 종종 지원금을 제공하는 단체들은 자원봉사자 가 아닌 자격증을 지닌 전문가들에 대한 고용을 그 조건으로 내걸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단 체 내부에서는 비전문가와 전문가들이 공존하며 단체 운영과 서비스 지원에 대한 견해 차이로 충돌하는 경우가 생겨났다3).

이러한 제도화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에서도 페미니스트 사회복지사들은 가정폭력 의 이슈를 사회복지 이론과 실천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지속하였다.

쉼터를 창설하기도 했으며, 여성운동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정치 환경의 변 화에 적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들어 사회복지계 전반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관점이 전반적으로 다시 보수화, 개인화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Liane Davis는 당시 주요 사회복지 관련 학술저널에 실린 논문들을 검토한 문헌연구를 통 해 가정폭력이 성차별적 태도로 인해 발생한 사회문제가 아닌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관계 문제 로 인식되는 경향이 사회복지연구자들 사이에서 다시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Davis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당시 강화되던 정치적 보수주의와 페미니즘을 탈정치화하려는 사회적 시도가 사회복지 이론과 실천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였다.

운동의 전문직화에 대한 우려도 강화되었다. 페미니스트 사회복지사들과 활동가들은 전문 자격증을 갖춘 사회복지사들과 상담심리사가 점점 더 많은 숫자로 운동단체들에 고용되는 현상이 사회변화라는 운동의 목적을 약화시키고 또다시 개인의 심리기제와 개인적 차원의 지원 활동의 초점을 맞추는 결과를 가져올 이라 생각하였다.

쉼터 운영의 전문직화가 심리치료라는 개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전문가-클라이언트의 수직 적 위계관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하였다.

활동가들과 피해당사자 여성들 사이의 수평적 평등관계를 추구하던 페미니스트 접근이 약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사(MSW)들이 결합하고부터 사회변화운동으로서의 이 운동은 쇠퇴의 길을 걷고 말았다”

1994년 Violence Against Women Act가 미국에서 여성폭력 관련 연방법으로서는 최초로 제정된 이후, 가정폭력 관련 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은 보다 공식화되었다.

안정적인 정부 지원을 확보한 것은 사회적 인식변화와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 마련이라는 그 간의 운동의 성과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제도화와 전문직화에 대한 논의는 사회복지학계, 그리고 실 천현장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지원서비스와 옹호활동이 제도화됨에 따라 가정폭력반대운동의 활동가들과 다른 사회복지기관의 복지사들이 함께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1990년대 이후, 제도화와 전문직화에 가장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나온 세력 중의 하나 는 소수인종과 이민자 피해여성그룹들이었다.

유색인종과 이민자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온 활동가들 과 사회복지사들은 문제해결을 위한 실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크게 세 가지의 이데올로기 와 흐름이 그간 가정폭력반대운동을 지배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 1980년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영향

거시적 사회구조의 변화보다는 개인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이 전반적으로 강화되었다. 특히 비용절감에 따른 “효율성”은 정부기준으로 가장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개인 차원의 서비스와 양적 평가방식에 집중하게 되었다.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가정폭력예방을 위한 사회인식 변화나 프로그램보다는 집계가 훨씬 더 용이한 폭력발생 사후의 미시적, 개인적 서비스 제공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가정폭력의 범죄화(Criminalization)

“범죄화” 자체가 역사적으로 소수인종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통제하기 위한 사회적,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한 한계를 드러냈다.

1970년대 이후 정부 차원에서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하며 흑인과 라틴계 이민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체포와 수감을 강행한 역사와, 최근 비무장 유색인종들에 대한 경 찰들의 빈번한 총기 살해가 인종차별의 명백한 한 형태로 인식되면서 이러한 억압과 차별의 타깃이 되는 집단들이 가지는 정부 형사정책과 정책집행을 담당하는 경찰들에 대한 불신은 점 점 더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정폭력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소수인종 피해여성들은 경찰과 사법부가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결여되어 있거나, 폭력 피해를 신고했을 경우 가해자에 대한 우발적 살해나 해외추방 등 도를 넘은 처벌과 인권침해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처할수밖에 없다.

단지 성차별뿐만 아니라 인종, 외국인, 계급 차별이라는 중층적 사회적 억압에 놓여있는 여 성들은 범죄화를 주된 기조로 진행된 기존 가정폭력반대 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 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 전문직화에 대한 문제제기

관련 단체에서는 정부지원수령에 수반되는 문서화와 프로그램 평가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 으로 인해 실제 피해자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소홀해질 수 있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 되었다.

전문직들의 대거 진출로 폭력문제의 사회적 인정이 향상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풀뿌리 지역사회 조직화와 사회정치구조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페미니스트 운동방식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개인주의적인 백인 중산층 주류 문화와는 상당히 상이 한 공동체 문화를 가진 유색인종 및 이민자 집단에서의 가정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서 집단주의 문화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지역사회 조직화와 공동체 성원의 참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가정폭력반대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의미화해야 한다 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백인이성애 중산층 여성 중심의 첫 세대 운동이 역사적 성과와 유산을 남긴 채 막을 내리 고 이제 유색인종, 이민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집단으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형태의 운동이 세대를 이어 발전해나는 것으로 바라보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세대의 운동방식은 다시 한 번 여성에 대한 폭력을 허용하는 사회문화제도에 근본적으로 도전하고 당사자 여성들의 시각과 경험을 문제 원인에 대한 진단과 피해자지원체 계구성의 가장 핵심적 요소로 삼기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그간 운동의 발전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실천환경에 맞는 활동방식과 서비스의 패러다 임이 등장하여 가정폭력반대운동과 실천에 통합되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심리치료가 무조건 피해자를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정폭력 피해 의 고유한 트라우마 극복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수용되었다.

또한 피해여성들 내부의 사회적 조건의 차이에 주목하여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피해여 성들을 지원하고 세력화하기 위한 복지정책과 프로그램의 마련이 중요한 운동의 의제로 등장 하였다.

 

 

Ⅵ. 맥락화와 함의-결론을 대신하여

맥락화-사회체제, 사회변화운동과 사회복지실천의 역동적 관계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복지 실천의 역사는 그 접근 방식의 중점에 있어서 시대적 상황에 따 라 크게 ①사회적 인식 및 정책 변화와 ②개인 클라이언트들에 대한 서비스라는 두 가지 다른 실천양식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5)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 사이의 양분화와 그에 대한 논쟁은 이후 사회복지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회체제, 사회변화운동과 주류사회이데올로기가 사회복지 전반에 미치는 관계는 보다 역동적이고 순환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사회개혁과 정책 마련보다는 개인 클라이언트에 대한 서비스에 더 중점을 두는 미시적 접근 이 주류 실천방법으로 자리 잡은 역사적 과정 속에서도, 정치경제 체제의 성격과 사회운동의 존재 유무에 따라 때로 거시적인 접근이 주목받고 강조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 문이다.

  • 예시1: 1929년 대공황에 의해 촉발된 뉴딜정책의 시행과 복지국가 설립을 위한 정부의 노 력에 사회복지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 예시2: 1930년대 Rank and File Movement에서 사회복지사들은 노조를 조직하고 타 업종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한편, 미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쟁이나 국지전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 해나갔다.
  • 예시3: 1960년대 시민권운동을 통해 사회복지사 개인들은 다양한 사회적 집단들이 겪는 뿌 리 깊은 차별과 억압에 주목하였고, 이는 사회복지계에서 거시적 접근의 중요성

 

미국의 가정폭력반대운동과 사회복지의 관계는 이렇듯 사회정치적 구조의 변화와 주류 이 데올로기, 그리고 사회운동의 대두와 쇠퇴로부터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사회복지 실천의 패러다임과 그 변화들이라는 맥락을 반영하며 그 역사적 궤를 같이 하였다.

 

한국사회복지에의 함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운동이 부재하였던 시점

사회복지사들의 가정폭력에 대한 접근에는 기존 사회의 성역할 젠더이데올로기가 그대로 반 영되었고, 결국 피해자 비난의 논리로 발전하여 피해를 입은 클라이언트들의 변화와 적응이라 는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가정폭력반대운동이 크게 등장하던 시점

가정폭력에 대한 해결방식이 개인보다는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변화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 영한 서비스와 정책마련으로 그 초점이 이동하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사회복지교육 또한 사회운동의 사회복지실천에 대한 영향이나 두 영역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인식을 교육과정 내에 포함시키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사로서 직업윤리와 배치되지 않는 사회운동 참여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다.

교육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한국에서 그간 진행된 여성운동을 비롯한 인권운동과 소수자 운동, 노동운동 등이 사회복지실천 전반과 개입방식에 미친 영향에 대한 보다 정밀한 역사적 실 증연구가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풀뿌리운동이나 당사자운동 등의 사회운동이 제도화, 전문직화되는 과정에 서 운동의 이슈가 사회복지실천의 한 영역으로 편입되는 과정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탐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제도화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식한다면, 그러한 제도화의 부작용 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정폭력운동이 제도화하고, 전문적 훈련을 받은 사회복지사들이 합류하는 과정에 서 실천윤리강령이 도입되고 폭력의 피해자들과 일상적으로 접하는 활동가들의 소진이나 정신 적 건강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인식하게 된 점은 사회복지가 운동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적 맥락에서 클라이언트의 인권 보장과 세력화를 위해 사회운동과 사회복지실천이 어떻 게 만나고 있는가,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어떤 다른 역할이 설정될 수 있는가에 대한 보다 심 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8).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적 세계화 등의 정치경제체제의 변화가 사회운동과 사회복지 실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 관련문헌: 김수영. (2013). 사회운동조직의 사회복지제도화와 미시저항 – 지역자활센더의 사례를 중심 으로. 한국사회복지학, 65(2), 25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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