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탈시설 장애여성의 생애체험: 대상에서 주체로 (최문정,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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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정. (2011). 탈시설 장애여성의 생애체험: 대상에서 주체로. 장애의 재해석, 한국장애인재단 논문집, 215-268.

발제자: 🌊물모 (2020.07.18.)

  Ⅰ. 서론

  • 장소는 경계를 구성하는 권력관계의 조작을 통해 서로 구분됨. 가장 직접적인 장소는 ‘몸’임. 그러나 몸은 그 속성과 수행, 섹슈얼리티로 인해 사적인 관심사로 치부되어 왔음. 그렇지만 몸이 현현되는 방식, 타인에 의해 보여지는 방식은 몸이 있는 공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함.
  • 특히 장애여성의 몸은 다른 경험보다도 특수하기 때문에 공적 담론과 실천을 통해 구성되고 있음을 장애여성의 삶의 여사를 통해 보고자 함.
  • 전통적인 장애인 복지서비스와 시설보호(institution care)에 대한 당사자의 비판과 저항이 가시화된 결과로 최근 탈시설(disinstitutionalization)와 독립생활(independent living)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
  • ‘시설’은 물리적인 장소이자 도덕적인 장소임. 시설에 들어가며 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는 존재’, ‘버림받은 존재’라는 낙인을 마음속에 찍게 됨(고병권, 2009; 41).
  • 상당수의 시설에서는 전화와 외출이 통제되고, 일괄적인 생활방식까지 요구됨. 아무리 시설이 좋더라도 집단적 생활이라는 점에서 장애인은 기본권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한될 수 밖에 없음. 또한 시설이 갖는 폐쇄성으로 인해 방임과 학대의 우려가 높음.
  • 특히 시설 내 장애여성은 장애남성과 달리 주체적인 행위에 대한 통제 뿐만 아니라 성과 관련된 인권유린도 이루어짐. 1999년에는 지적장애인시설에서 장애여성 66명에게 강제불임이 시행되었으며, 2004년에는 시설 원장과 교사들이 생활자들을 집단 성폭력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함. 이런 사건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함.
  • 국외에서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기존에 있던 시설의 규모를 줄이거나, 시설 밖에 있는 조직, 단체, 기관과의 유기적인 연결망을 구축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탈시설화, 사회화, 혹은 지역사회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추세임(안진, 2006).
  •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향을 받아 최근 시설을 퇴소하거나 이를 희망하는 장애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본인이 독립을 요구해도 시설에서 원치 않아 나오지 못하거나, 나오더라도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데 많은 한계가 있음.
  • 시설 밖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장애남성 위주이고, 서비스 내용도 취업 전 훈련, 보호작업장, 직업재활서비스 등에 우선순위를 둠. 장애여성의 경우 비장애남성, 비장애여성뿐만 아니라 장애남성과 비교하더라도 취업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므로 이러한 서비스 전략은 장애여성에게 차별적이라고 볼 수 있음.
  • 이는 장애여성의 경험에 대한 연구와 한국사회에서 장애와 성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지에 대한 지식과 이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필요함을 시사함.
  •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젠더적 관점에서 시설에서의 경험과 시설 밖에서의 경험을 정치화하는 과정에서 장애여성의 조건을 소수의 문제로 특수화하거나 인식하지 못하여 제외시켜 왔던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함. 장애여성의 몸의 경험을 통해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설 안팎에서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 가시화되고 차이를 만들어내는가를 장애여성의 생애경험을 재구성하여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함.
  •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시설경험이 있는 탈시설 장애여성의 몸을 은유로 전개하고자 함. 여성은 “몸을 갖는(have) 것”이 아니라 “몸의 존재(Being)”(Trinh, 1999)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장애여성의 몸 경험을 강조함.

 

  Ⅱ. 문헌고찰

  •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한 사람들의 경험을 연구하기 위해 호스피털리즘(hospitalism)에 주목함. 호스 피털리즘이란 장기입원환자가 병원 생활에 길들여져, 사회에 복귀하여 독립하려는 의욕이 상실된 상태를 뜻함. 이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사회복지시설의 입소자들에게 전형적인 특징으로 보고되고 있음(김중대, 1992; 디케시, 2002; 김경미, 2005; 남구현 등, 2005).
  • 이러한 시설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 연구들이 등장하며 탈시설화에 대한 연구도 더불어 진행되었음. 그리고 그 연구 흐름에 따라 미국, 영국, 호주 등 다수 국가에서 시설 병상이 줄고, 소규모 거주 시설로 이동하는 등의 성과를 보임.
  • 이러한 탈시설의 흐름에 따른 개인에게도 성과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등장함(Kim et al., 2001; lerman etal., 2005; Young, Ashman, Sigafoos, and Grevell, 2000, 2001; Stancliffe, Hayden, Larson, and Lakin, 2002; O’Brien, Thesing, Tuck, and Capie, 2001; Emerson and Hatton, 1996; Nottestand and Linaker, 1999; Young and Ashman, 2004; Felce et al. 2001; Robertson et al., 2004; Young et al., 2001).
  •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 대부분은 성별에 대한 구분 없이 진행되어 장애여성의 특성을 살펴보는데 한계가 있어 장애여성의 시설경험을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음. 또한 국내 장애여성관련 연구에서는 장애여성을 장애와 젠더로 이분화하여 장애여성의 차별을 ‘이중차별’의 개념으로 분석하고 있음. 그러나 이러한 ‘이중차별’ 구조에서의 어려움만 부각되면서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라는 담론도 강화되어 왔음.
  • 본 연구에서는 탈시설 장애여성의 위치성과 이를 협상하는 행위성을 생애경험을 통하여 재구성함으로써 장애여성이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이며, 장애와 젠더가 장애여성의 몸에 본질적으로 고정되어 불변한 것처럼 인식되어 온 한계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함.
  • 즉, 시설과 탈시설을 경험한 장애여성의 ‘몸-체험’을 통해 “새로운 여성 주체성과 행위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사회관계에 따라 장애여성 주체가 다르게 재구성되는 위치성을 드러냄으로써 장애여성의 차별기제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임.

 

  Ⅲ. 연구방법

     1. 여성주의 연구에서의 생애사 재구성 방법론

  • 생애사 재구성 방법론을 채택한 이유는 기존의 구술 생애사 연구가 구술자의 ‘체험된 사실성’에만 주목함으로써 구술생애사가 ‘ 과거체험에 대한 현재의 기억’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기 때문임/
  • 이 방법론을 통해 다양한 표현방식(얼굴표정, 기침, 행동의 변화, 분위기)에 대한 고려와 함께 구술면접을 전후 한 다양한 상호과정에서 드러나는 구술자의 신체언어를 광의의 텍스트로 이해하고자 함.

 

     2. 기타 연구 방법

  • 생애사 연구는 구술된 개인의 생애사를 일차적인 분석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구술자료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다른 연구방법론을 활용하여 극복하고자 함.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연구자가 수행한 참여관찰 등을 통해 얻은 비공식적 이야기, 상호관계에서의 체험과 이해, 주변으로부터 얻은 정보는 연구 방법의 제한점들을 보충함.

 

     3. 연구 참여자 선정

  • 대상자 선정 기준은 출생 후 일반가정에서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여러 사정에 의해 시설에 입소하여 이후 탈시설을 한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시설에서 5년 이상 생활한 경험이 있고, 2011년 4월 탈시설 한 이후 1년 이상 된 지체 및 뇌병변 장애여성 8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3명의 사례를 분석함.

 

     4. 자료 분석 및 접근방법

  • 시설에서 생활한 시기와 탈시설한 이후의 시기로 나누어진 경험들로 구성함. 여러개의 생애사로부터 공통의 테마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포괄적 분석과 서술이 가능한 범주적 내용분석을 활용하였으며, 자료분석방법은 다음과 같음. 첫째, 연구참여자의 인생과정의 단계들과 경험들을 언급하면서 대상의 삶에서 객관적 경험들을 서술함. 둘째, 이야기들은 한 사람의 삶에서 주축을 이루는 사건을 가리키는 주제를 중심으로 조직화. 셋째, 연구자가 집단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사적 맥락과 같은 의 미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더 큰 구조를 갖고 각 개인의 인생경험에서 공통된 주제를 찾아 해석을 제시함.

 

  Ⅳ. 생애 구술 사례의 재구성

     1. 연구 참여자별 생애사 요약

  • 사례 B: “자살을 꿈꾸던 나는 없다. 이제 나는 영혼의 화가를 꿈꾸는 한 마리 자유로운 새이다.”
  • 사례 C: “잃어버린 내 아이, 시로 가슴에 새긴다”
  • 사례 E: “자살시도 5번, 그러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습니다”

 

     2. 사례의 구조와 특성

        1) 시설 입소 전후 객체화된 삶과 기억의 주제

    • 시설 입소, 가족에게 짐이 되거나 버려지거나
    • 시설 생활, 주체 없는 삶
    • 지워지지 않는 몸의 흔적
    • 탈시설 정보 제공자, 그리고 외로운 투쟁

 

        2) 탈시설 후 주체화된 삶과 기억의 주제

    • 자유, 그리고 설레임
    • 삶의 불안정, 나, 다시 돌아갈까.
    • 또 다른 편견을 마주하다
    • 장애여성의 독립은 위험한가
    • 나를 위한 꿈, 더불어 함께 사는 꿈

 

        3) 탈시설 장애여성의 공통된 주제

    • 세 여성에게 시설 공간은 스쳐가는 사건적 장소가 아니라 인생의 고통을 경험하게 하면서도, 스스로 대상에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생애사적 의미를 갖는 생활체계임. 동시에 이 곳은 생존을 위협받게 하는 폭력적인 행위공간이기도 함. 즉, 장애여성의 정신과 신체의 파괴, 구속을 대가로 형성되었던 공간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음.
    • 시설에서 장애여성은 안전까지도 위협받는 공간이었음. 그러나 탈시설 장애여성에게는 자신의 생애시간의 절반을 시설에서 보낸 개인의 생애체험이 온전히 ‘피해자’의 정체성으로 환원되지는 않음. 이곳에서 공부, 예술 활동 등을 통해 개인의 주체성과 행위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탈시설을 ‘시설 공간의 탈출행동’으로만 집중되는 행위성이 아니라 시설 공간의 일상을 살아내기 위한 구술자의 생애사적 노력(biographical work)이 보여지는 행위성임.
    • 이렇게 재구성한 사례가 보여주는 유형적 특징은 다음과 같음. 첫째, 장애여성들에게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늘 다양한 타자들의 성적 폭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됨. 둘째, 탈시설 장애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스스로 자신을 ‘장애인’으로 한정짓지 않고 존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한 선택권을 보장받고 싶어함. 셋째, 이들이 탈시설을 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정치적 타자(조력자)가 있었음.

  Ⅴ. 마무리

  • 본 연구에서 재구성된 사례들은 시설에서 생활한 장애여성들이 탈시설하게 된 행위성과 주체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함. 이는 기존 시설 장애인들이 겪는 호스피털리즘, 즉 독립하려는 의욕이 상실된 무기력한 상태로 인하여 지역사회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것과 달리, 실제로 나가서 살 수 있다는 당위성조차 차단시켜버린다는 현실을 드러냈으며, 강하게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더라도 시설 차원에서 막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
  • 즉, 탈시설 장애여성의 체험은 단순히 시설화된 생활을 탈피하여 삶의 선택권을 쟁취하는 수준 높은 정치적 의식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육체적, 정신적 안정을 찾고 싶어한다는 것임.
  • 이 사례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중요한 정치적 타자들임. 그들은 그들로 하여금 시설 권력과 맞써 싸울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 아닌 삶을 살아나가는 ‘주체’로 인식시킴.
  •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함의를 가짐. 첫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여성들은 다양한 신체 권력의 폭력에 쉽게 노출됨. 둘째, 개인의 생애사의 지평에서 재구성한 결과는 장애여성이 대상에서 주체로 정치사회화할 수 있도록 중요한 타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해야함. 셋째, 탈시설 이후 주거 및 재생산권 등 장애남성과는 차별화된 전략 및 서비스가 필요함.
  • 연구자가 시설에서 관찰연구할 때에는 시설에서의 삶은 여성, 남성의 구분이 없었으며 젠더적 관점에서의 서비스 전략이라고 하는 것은 사치였음. 오히려 시설에서는 탈시설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함.

 

  [이야기할 거리]

  • 연구자가 시설에서 관찰연구할 때에는 시설에서의 삶은 여성, 남성의 구분이 없었으며 젠더적 관점에서의 서비스 전략이라고 하는 것은 사치였음. 오히려 시설에서는 탈시설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함.
  • 탈시설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장애여성에게 시설과 지역사회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소용없으며, 탈시설 이후에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함. 그러나 잘 마련되어 있는가? 서비스 마련 후 탈시설을 한다는 것도 사후적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음.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
  • IL센터와 시설 간의 갈등. 사회복지사(시설, 지역사회복지관, 시민단체, IL센터 등)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것인가? 정작 현재 프로세스에서는 사회복지사의 필요와 노력이 없다.
  • (번외?) 연구는 현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이 연구에서도 시설 문제에 대한 연구가 탈시설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나, 그것보다는 현장에서의 문제의식과 당사자들과 조력자의 투쟁이 더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사회복지연구는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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